바이칼과 하마르다반..첫날
2009년 8월 13일-
오후 8시 30분 이륙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4시간여를 날아서 러시아 이르크츠크 공항에 14일 0시 20분에 내려 놓는다.
밤중의 공항은 조용하다,
입국 수속 시간이 여간 느린게 아니다. 컴퓨터가 늦어서인지 ...
우리는 앞에 서서 다행히도 공항을 나오니 새벽 2시다.
현지 온도 13도. 춥다.
곧 바로 버스를 타고 슬루디안카 말목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2시간쯤 지나니 중간에서 여권조사를 한다.
시내 호텔에서 자고 갈 예정이었으나,
이동시간이 3시간으로 호텔비를 지불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어서 바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예정에는 비박을 할 생각이었으나,
현지에 도착하니 근래 지은 산장이 있어 잠시라도 따뜻하게 자자 하여
산장을 빌려 3시간쯤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 새로 지은 산장 -
잠시 눈을 붙이고 8시에 일어나 황 석연 팀장이 차려준 아침을 먹고 10시 출발.
느긋하게 한 이유는, 도보로 갈 9키로를 차를 타기로 해서 시간이 넉넉해서다.
타고갈 차량을 보는 순간, 마치 전쟁터에 가는 기분이다.
덜커덩~~~
비포장 9킬로를 오르는 일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듯...
좁은 길 옆으로 계곡은 시원하고, 숲은 짙다.
1시간여를 오르니 까르단(800고지)...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10시간 오를 산길을 차로 이동하여 5시간을 줄인 셈이된다.
계곡 곁으로 있는 작은 개울에 구름이 거꾸로 쳐박혔다.
11시 10분-
까르단을 출발하여 걷는다.
잦은 비로 숲은 습하고 이끼가 많다.
계곡은 순하고 훼손되지 않아 물은 맑고 자연적이다.
점심은 라면으로 1시에 먹고 후미 말이 오지 않아 오후 2시 45분에 출발.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숲은 짚 푸르고 공기는 한량없이 투명하다.
-숲에서 라면 점심-
-이끼가 참으로 예쁘다-
- 불루벨리 따는 일행들 ...너 나 없이 아이가 된다-
- 야생화를 좋아하는 유정씨. 이끼밭에 블루벨리를 찍고 있다-
입이 파랗토록 불루벨리를 따 먹고
길을 재촉한다.
이러다 늦을라....
넓은 초원에 드문 드문 핀 야생화--이름을 유정씨가 갈쳐 줬는데...<물매화>
-야영지. 기상관측소와 통신소가 있다-
6시 10분.
1500고지 야영장 도착.
외국인 가족들이 트레킹을 왔나 보다.
산장도 있으나 개인텐트도 자유롭게 설치 할 수 있나 보다.
- 산장 -
저 텐트를 보는 순간 우리 모두 기절하지 않은 건 천만 다행이다.
텐트속에서 비 내리는 정경은 낭만적이다...어쩐다 하여 텐트를 빌리기로 했는데....
아불싸.....
군용 텐트쯤으로 알고 있던 우리는 얼기설기 나무토막을 걸치고 그 위에 아무렇게나 얹어둔
마대자루 같은 천막조각을 보는 순간 기함을 하고 말았으니-
그 순간의 황석연 가이드 얼굴을 잊지 못할것이다.
황망하고 난감한 그 표정을..........
어쩌랴~~~
짐을 쳐 넣고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매트를 깔면 등이 괜 찮을라나....
하지만,
그날밤 우리는 노천에서 그대로 비를 맞았다.
침낭은 줄줄 샌 비로 흠뻑 젖었고,
얼굴은 샤워를 하는듯~~~
백야 현상으로 늦도록 해가 있어 11시쯤 자리에 들었는데 1시가 좀 지나자 쏟아지는 비로 젖어 가면서도
서로 말을 못하고 꾹~~~참고, 5시까지 버티다, 도저히 못 견뎌 내가 먼저 일어났다.
유정씨 일행한테 그 미안함을 어찌 다....간이 오싹오싹 졸려오던 그 기분..
가져 간 비닐로 단단히 장치를 못한 우리 탓도 있겠으나
저리 허술히 해 두고 손님을 받는 러시아 관광청은 또 뭐란 말인가-
새벽같이 일어나 하산짐을 꾸리고 쭈그리고 있다 텐트를 나오니,
옆 동 텐트는 멀쩡하고 비는 개여서 송글송글 풀잎에 물방울을 맺혀두고 있다.
뭐란 말인가....밤 새운 고생은.
가스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더러는 불루베리를 따고, 더러는 화롯불을 쬐며 시간을 보낸다.
'집 나오면 개 고생이다.'....맞다.
그러게 누가 집 나가랬나.
그러면서도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서는 우리는 무엇을 찾고자 집을 떠나는지...
그대로 하산했으면 어쩔뻔 했나 억울해서.
너 언제 쏟아졌냐...며 날씨는 개이고,
정상을 오르는 길은 맑고 깨끗한 능선을 드러내어 우리를 위로 한다.
11시에 출발했는데,
능선은 온통 만병초 (Rhododerdron Adams...현지 가이드가 적어준 이름) 로 뒤 덮혔다.
정상까지는 3시간-
날씨는 맑다.
초가을 날씨처럼 바람이 차고 머물러 있으면 춥다.
정상 오르는 길은 험하지 않은 초원사이로 난 길이 절반쯤이고,
바위 구간도 있으나 우회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
6월이면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이며 핀다는 Rhododerdron Adams.
시기 놓친 만병초 몇개-
노란 속을 보일듯 말듯~~~하며 나의 상상속으로 끝없는 노란 꽃잎을 터뜨린 꽃 천지를 만들며 들어온다.
어제밤 생쥐꼴은 어느새 꽃잎이 되어 날아 오르고
뭉실뭉실한 산 등성이를 뛰어 넘으며 집 나온 자유에 흠뻑 젖어든다.
-만병초 초원...저 곳에 노랗게 꽃으로 뒤 덮힌다면....-
-때를 놓친 꽃 봉우리...덕분에 상상의 꽃밭을 그릴 수 있었다-
-이름을 물어 보지 못했다. 배추 잎 같은 잎속에서 꽃이...이 녀석도 시기 놓친 꽃이다-
-두 세송이가 함께 올라오나 보다.-
하마르다반을 찾으면 바로 이 풍경이 나온다.
기후가 나쁘면 볼 수 없을뿐만 아니라 오를 수도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번째 간 산이라 한다.
첫번째팀은 답사였고 두번째 팀은 지난해 ..그러니까 첫번재의 트레킹팀인데,
날씨 나빠서 오르지 못했고, 우리는 정식 팀으로는 두번째인데 정상을 무난히 올랐다.
밤새 비를 다 맞아 버리고 낮은 화창하니 운이 좋다고 봐야겠다.
운이 좋다.
낮에 그 비바람이 쳤다면 꼼짝없이 하산했을테니 말이다.
-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새긴 하바르다반-
좋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가이드 황석연.그리고 시벳다-
- 체르스키피크 (2090고지)정상에서-
-저 너머에 바이칼이 희미하게 보였다-
-하산길에....보이는 곳이 정상 부근이다-
- 능선이 곱다-
바위 사이 사이는 온통 만병초 초원이다.
오후 3시경
하트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컵 라면으로 점심을 떼우고 부슬부슬 비 질을 하는 산을 내려왔다.
그날은 우리 한 팀은 어제 비맞은 보답으로 산장을 빌려 잤는데,
산장이라고 하기에는 시설이 낙후했으나,
따뜻하게 장작을 피우고 침낭을 다 열고 뜨듯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비로 인하여 늦게 올라 오후 시간이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으나,
늦도록 해가 있어 느긋하게 쉬고 자고 할 수 있다.
하긴, 하루종일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시설 좋기를 바래서 무얼 하리.
거기다 러시아 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