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꿈 이루어 내기

달빛뜰 2010. 11. 16. 13:03

 

-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 내가 89년부터 다니던 단골 송어집-

 

88 올림픽을 치른 올림픽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때다.

동료 셋을 털털거리는 포니2에 태우고 치악산 구룡사를 가던길-

원주를 그만 지나치고 새말로 들어섰다가

구룡사가 아닌 반대길이 갓 포장되어 새까맣고 노란선이 하도 선명해서

그 길을 끝까지 달려보기로 하고 간 것이 강림면사무소까지다.

 

식당도 안하고 납품만 한다던 송어집 아줌마를 꼬드겨

방도 아닌 바윗돌에 앉아 대충 썬 송어회를 먹던 그때를 못 잊어

22년째 그집을 다닌다.

  

작은 소 귀퉁이에 샘이 퐁퐁 솟아나

여름은 손이 시리고

겨울은 김이 난다.

 

양식장은 그 세월만큼 낡고 부서졌지만

송어 회 맛은  전국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새말 톨게이트를 벗어나 안흥까지 고개를 넘고 다시 강림,

그리고 마지막 마을인 부곡리 까지 가야한다.

송어집은 더 갈 수 없는 곳에 저수지가 가로막히고 그 저수지 아래에 있다.

 

비포장 횡임게곡을 8키로 가다보면

고물 포니는 수시로 뻘밭에 바져서 함께 탄 사람들이 내려 밀어야하고

내가 좋아하다 보니 버스로 한차씩 동료를 안내하느라

운전기사한테 빌기도 여러번.

 

나는 왜 그곳이 그토록 좋았는지.......

 

들어서는 입구는 항아리 주둥이 같이 좁으나

마을 안은 오롯한 꽃 잎안에 씨방 같은 마을이다.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계곡이 크고 넓으며

사람들 발길이 안 닿은 듯한 작은 계곡도 숨은 듯 하다.

그런가 하면 치악산 비로봉이나 남대봉도 갈 수 있고

단풍은 그야말로 꿈만 같이 곱게 물든다.

 

그곳은 고든치계곡이다.

 

곱게 물든 단풍을 찍어 올리지 않는다.

차마 자랑 할 수 없는 곳이다.

 

 

3- 세번이란말.

어떤일 할때 한번 고치면 거의가 두번을 고쳐서 세번째 된다는 말이다.

 

경북 봉화 730고지에,

별이 총총하고 코끝이 싸아한 산골 바람이 좋아

친구랑 셋이 마련한 땅 1,100평.

경계가 되는 계곡 가득 붉은 영산홍을 심어

피빛으로 불타는 봄을 보리라....던 꿈이무산되었다.

인연이 안 된것이다.

 

두번째-

봉화 땅은 아는 이 한테 넘겨주고 다시 땅을 찾아 헤맸다.

세계의 산으로 싸 다느느라 모아둔 돈은 없고-

햇빛좋고 물좋고 바람 아늑하게 부는 그런곳은 지금도 있다.

단지, 너무 시골이라 그렇지.

 

양지 바르고 개울물이 흐르고

여름에 반디가 사는곳 청송 부동면 라리.

780평짜리를 구했다.

 

집 앞으로 악령같은 전선줄이 보이면 싫고,

마을속에 있어도 싫고,

작은 개울이라도 있어야 겠고,

양지발라야하고 최소한 6~700백평은 되어야하고

마을이 너무 멀지 않아서 이웃할 수도 있어야 겠고....

산 이 있어 숲 냄새랑 새소리랑...

근사한 팬션촌이나, 별장촌도 아니고....

 

휴~~

어디 산종고 물좋고 정자 좋은 곳 있다더냐...

하지만 청송 라리는 아담하고 소박한 곳이다.

저수지도 있고 물이 좋은 곳이다.

주산지도 10키로 안에 있고 주왕산도 5키로만 가면 있다.

적은 돈으로 마련하여 안주할 생각을 했으나

그 또한 인연이 되지 않았다.

 

그 땅을 사는 전날

계약금이 든 지갑과 카메라를 잃어버리는 일이 생겼다.

그래도 계약을 하고 지난 봄엔 매화랑 복분자랑...나무도 심었다.

정을 붙이려 했으나  내가 살 곳은 아니었나 보다.

 

세번째-

강림면 부곡리 고든치 계곡 매표소 아래 첫 집.

그 곳 역시 골짜기다.

 

다른 이들이 富를  향할때도

나는 그저 자연과 벗삼을 생각으로 살았으니....

 

소나무, 낙엽송이 총총히 하늘을 가리고

숲길은 평평하게 곱다.

계곡 물 소리는 저 아래서 들려온다. 깊다.

 

20여년을 가을을 보러 다닌 고든치 아래 마을

섬진강과 함께 내 꿈속에는 늘 그곳이 있었다.

가을 햇살이 도탑게 내리는 날이면

유독 붉은 고추가 밭 마다 익어가는 마을.

그 마을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늘 간직했으나

내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고

마음에 드는 땅을 만나지 못했다.

 

지난 여름-

야마꼬와 <앤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다 들린 고든치.

송어회와 한잔 술에 취해 마을에 묵었고

우연히 이곳을 만났다.

천신만고라 해야하나-

판다 안판다로 실랑이를 했고

야마꼬와 내 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오랫동안 꿈구던 일이었다.

 

쓰러져 가는 집 한 채도 있다.

600평이나 계곡가에 붙어 있어 집 아래로 쪼르르 내려가면 계곡 입구가 된다.

겨울이어도 햇살이 하루종일 마당에 머문다.

야마꼬와 나의 집이 될 곳-

 

야마꼬는 내 여행친구다.

캐나다를 함께 여행하면서 속을 알게 된 친구다.

 

땅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저 집을 갔을때

야마꼬는 축담에 앉더니 "편~~안해...." 했다.

나는 허물고 다시 지을 생각에 큰 걱정이었는데 말이다.

 

                                 - 캐나다 여행중의 야마꼬랑...(나이야가라에서)-

 

밭 옆으로 여름이면 철철 흐르는 수로가 있으니

잘 활용해서 연못 하나 만들 수 있겠다.

 

마당 가득 가득 꽃을 심어 가꾸며

우리 어진이 데리고 들어가 살아야지.

 

여름 한낮을 조팝나무속에 잠자리를 트는 녀석.

순하지 순한 엄동이 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