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잠 잃은 새벽에.......

달빛뜰 2011. 11. 24. 10:50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단다 날씨.

 

그러게-

잠 온다고 여러날을 씩씩거리며 자는 일 말았어야지.

한 참 그러고 나면 잠 안오는 걸 빤히 겪고서도......참 안된다.

 

소로우의 '윌든'과 윤 동주의 '별 헤는 밤' 을 놓고 잠시 -

뭘 잡을까...

2시 반이니 자칫 날을 새면 근무에 지장일텐데.....

 

'별 헤는 밤'을 잡은 것은

창 밖 하늘이 간밤의 바람에 구름을 다 날리고

새까맣고 별은 제법 반짝~~해서다.

 

 <   별 헤는 밤

            -윤 동 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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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를 여니 바람이 세차다.

삼각대를 지지할 장소도 안되어

창틀에 올리고 찍었다.

아니, 나도 별을 헤었다.

 

내 안에는 아직도 마음껏 피지 못한 꽃 한송이 있나보다.

별 짙은 새벽 바람에도 흔들리는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