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치집
다 때가 있나보다.
하고자 하는 일도, 해야할 일도 때 따라....
주말이면 설악으로 튀다시피 달아났었는데
이젠 주말이면 고든치로 들어간다.
내가 살곳.
지난 해 11월 파종한 마늘이 올라왔다.
감동이다.
추운겨울 다 이겨낸 기특한 녀석들...
꽃이름을 잊어버린다.
나중엔 이름표를 달아줘야겠다.
장독대곁을 지키는 녀석들 눈을 용케도 피해서 독들은 다 훔쳐가고
깨진 독 하나가 남아 자리를 유지한다.
비어있지만 내 집인데 가져간다.
나중에 사잇문 옆이되어
꽃밭이 될 곳이다.
풀을 걷어내고 꽃씨를 뿌렸다.
마당에 있던 복분자를 캐서 수로 곁에 심었다.
저곳은 이웃집 아저씨가 허락도 없이 옥수수를 심어 법면이 무져내리는 곳이다.
복분자 넝쿨로 가득 채워야겠다.
밭 자락 아래 풀밭이던 땅을 주인이 잘 골라서 다듬었다.
다듬는 것 까지는 좋은데 무성하던 계곡 가의 숲이 다 달아나서 아쉽다.
숲이 짙어 여름날 계곡에 퐁~~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젠 다 틀렸다마는...깨끗한것과 물이 보이는 것은 좋다.
집을 짖고 창을 열면 물소리가 가까이 들리겠다.
밭 이랑을 고르고 상추. 쑥갓. 아욱. 곤드레. 토마토. 가지. 치커리...
가지 가지 심었다.
등이 다 젖도록 비를 맞으면 포실한 흙을 파헤치며 심는 재미는
나중에 먹는 재미보다 더 좋을 것 같다.
조로롱 조로롱~~~새가 울고
물소리도 제법 우렁차게 들린다.
취 순도 나왔고-
지난해 봄에 심은 국화도 다시 나왔다.
가을을 향기롭게 꽃을 피워내더니...
기특하다.
금낭화도 다시 봄을 맞는다.
무럭무럭 자라거라 울타리 가득 피어나서
길손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나랑 살자
수돗가에 수국 세그루를 심었다.
겨울 추위를 이겨낼런지..모르겠다.
새싹을 심어 4~5년 키워낸 단풍을 옮겨다 심었다.
잘 자라야지...
기념식수가 되도록 하자.
내 근무지에서 얻어온 새싹 단풍이다.
벗들이 남긴 낙서들이 정겨워서...
이 집 헐어내고 새집 지으면 그리울것 같은
낡았으나 정겨운 부엌이다.
그 부엌에서 설겆이하는 내 벗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고운 내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