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내 친구야
니가 떠나는 오늘
날씨도 포근하구나.
착한 니 마음 같아 꼭-
너는 아느냐-
우리가 열세살이었을때를....
1964년 이었다.
참 못생기고 까맣고 가난했던 중학생-
일 학년-
우리둘이 만나던 때이다 기억하느냐.
우리가 살던 시대는 6,25 휴유증으로 배부르게 먹는것 조차 허락되지 않았었지.
그래도 너와 나-
우리둘은 중학교를 진학했고,
너는 참 공부를 잘해서 내가 점을 찍었단다.
그리고 나란히 둘이 그 중학교서는 드물게 도시의 명문여고를 진학했었다.
난 그때 너랑 있으려고 코피 나게 공부한 걸 지금껏 비밀로 해뒀단다.
니 머리가 좀 좋아야 말이지.
따라잡느라고 코피 쏟았지..지금 고백이지만-
기억하느냐-
우리는 중학 3년을 하루는 니네집
하루는 우리집을 오가며 떨어지면 죽을것 처럼 살았지.
그렇게 졸업을 하고,
명문여고에서 나란히 공부하면서 가난한 여고생활을 했지.
우리둘의 자치 생활은 눈물 겨웠지?
거의 매일 김치에다 두부를 얹어 지져 먹었지 아마?
그리고...........
우린 가난때문에 헤어져 지냈다.
나는 공무원 길을 갔고,
너는 어렵게 어렵게 대학생활을 택해서.........
그 후로도 형편은 그닥 나아지지 않아서
기를 쓰고 사느라 가끔 내 자취방에서 자는것 말고는 달리 영화 한편을 못 보았지.
아~~
그리고 우리는 엄마가 되었다.
나는 너 결혼식을 잊지 못해.
너는 늘 자신이 밉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날 너만큼 예쁜 신부를 본적이 없었단다 예뻤지.
참으로 예뻤단다.
참 부지런히 살았다 그쟈?
동생으로 태어난 아들에게 위로 큰 누나인 아이 옷을 입혀서
동네사람들이 둘 다 딸인줄 알게 키웠다는 니 말을 들을때,
내가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너는 모를거야.
그리고..........
참 세월이 많이도 흘러서
반듯한 사위에다, 예쁜 손자들
그리고 며느리까지.
너는 "운 좋다"했지만,
나는," 너 노력만큼 산다", 생각한다.
약사 아들의 돈벌이가 좋다고 너는 우리집 올 대마다 소고기를 사다 날랐지.
나도 뭐 소고기 못 사먹을 처지는 아니지만,
니가 사다주는 소고기를 구울때면 왜그리 행복하던지.....
꽃 좋아하는 너를 위해
니 남편은 나한테 "내 년봄에는 우리경자 좋아하는 이 꽃 삽목 좀해서...."
나는 잊지않고 서투른 삽목을 하곤 했지.
나는-
그저께 오후(21일)부터 어제 오후 (22일) 24시간 동안의 기억이 전혀 없다.
깊은 수렁에서 나온것도 같고,
어딘가를 헤매다 온 것도 같고....
내가 왜 이럴까...해서
전화기를 돌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되집는데,
전화기에 기록된바로는,
<00사망 제천 00장례식장>
내 머릿속은 이 한마디로 싹~~
하얀백지가 되어버렸어.
00에는 너 이름이 올랐고,
급히 돌려본 인터넷 뉴스는 참담이었다.
제천의 한 사우나 화재 사건이 올랐는데,
그곳에 왜 니가 있어야하는거냐구.
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아마도 이전 하루부터의 기억이 송두리째 달아난 것 같구나.
전화기 기록 번호대로 전화를 해서 묻고 또 묻고...
나를 너한테로 데려갔더니 그만 실신해버려서
혼 줄나게 응급실행을 해서
겨우 집에다 데려왔는데도
헛소리만 지껄려대서 줄초상을 치르나 했다는구나.
겨우 겨우 추스리고
너를 만나러 갈 생각에 주변을 뒤져 전화질을 해도
이젠 누구도 날 데려가지 않는다.
초상집을 뒤흔들어서 안 되다는구나.
하는 수 없이 요즘 편리해진 인터넷을 뒤져
니 상황을 알게 되었단다.
너는 남편의 울부짖음에 안겨 살던집으로 노제를 갔고,
니 사진은 사위 품에 떠억허니....
그리고 니 둘도 없는 벗인 나는 내집에서 인터넷으로 니 소식을 접한다.
덜덜거려서 직접 운전은 꿈도 못 꾸고
누구도 네게 안데려다 주고...
나는 그렇게 그만 너를 놓쳤다.
우리의 54년은 그만 뭉개져서
둘이 꼭 잡고 살던 손을 놓고 말았구나.
"잘 가라"고-
"나도 머지않은 날에 널 보러 갈테니 그곳에 고운 꽃 많이 키워두라"고-
널 쓰다듬으며 이별을 하고 싶은데,
왜 그 조차 안되니?
이것이 꿈이기를 빌 수 밖에
나는 지금 아무것도 너에게 해 줄수가 없구나-
한가지 작지만, 아주 작지만,
니가 파주어 우리집에 만발하는 앵초 꽃을 쥐어주마.
안~녕 내 사랑하는 친구야
너가 있어서 나는 살만한 인생이었다고
고백한다 솔직하게-
니가 너무 착해서 ..........
그리고 너는 정말 예쁘더구나.
사위 품에 안겨 떠나는 너의 모습이 내가슴을 흔들게 예뻤다.
이것은 내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너는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