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부곡계곡에 사는 유감

달빛뜰 2015. 8. 10. 10:54

1. 피서지 피해

 

내가 사는 곳은 확실히 '피서지'로 적합한 조건을 갖추었다 말할 수 있다.

치악산아래고,

물 맑은 부곡계곡과

8키로에 달하는 태종대길 호젓한 드라이브 코스,

수주면 가는 구불구불 산길또한 드라이브에  근사한 계곡길이고,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계곡은 풍~덩 들어가 물놀이도 가능하고

 게다가 우리집 앞 공원은 텐트치고 놀아도 공짜..

 

해탈이와 산책하고 공놀이하던   공원은

휴가시즌에는 텐트족에게 내어주고

해탈이는 나  따라 출근해서 소나무 아래 매달려

씩씩 거리리며 무더위를 보내고 있다.

 

여기까지는 얼마든지 양보한다.

문제는 이 텐트족의 양심.

 

지난 달 말부터 어제까지.

약 2주간은 더위 견뎌내는것도 힘든데,

피서지에 산다는 이유로 밤잠을 설쳐야하고

쓰레기 악취에 시달려야 하는것은 물론이고,

잘 키워놓은 호박. 고추 따가기,

길가 풀섶에 용변보기는 보통이고

가을에 마당에 깔려고 쌓아둔 자갈도 퍼 간다.

 

2. 치악산 국립공원 이용하기

 

덥다.

가만있어도 줄줄 땀 흐르기는 부곡이라고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마을앞 공원과 계곡은 국립공원에서 해제하여

물놀이 가능토록 하였다.

그곳은 지난 봄에 포크레인으로 넓다란 소를 만들어 아이들이 튜브 띄우고 놀 수 있도록도 해 뒀다.

 

국립공원은 계곡이용에 주의할 부분을 현수막 설치를 여러곳 하여 안내해 뒀다.

취사.목욕은 금하고 있지만, 안 듣는다.

잠깐 눈돌리면 텐트치고 목욕하고

돗자리깔고 속옷바람으로 누워 자기도 보통이고

음식쓰레기 돌틈에 끼워버리기

심지어 발가벗고 다이빙도 서슴치 않아

지나는 산객들이 기함을 한다.

 

단속?

올여름 휴가시즌에 하루 이용객이 200명이 넘는데,

주말 둘이 근무하면서 거의 불가능하다.

이곳만이 아니라 횡지암. 가래골. 가마골. 단지골. 저수지 윗길. 태종대 주 계곡까지

7군데를 순찰하고 돌아나오면 텐트가 생긴다.

본소 직원들도 돌다돌다 지친 표정으로 센터에 들어선다.

그들은 점심도 제때에 못 먹는다.

산으로 들어가면 제때 먹을 수 없다.

 

3. 반가운 입추

 

입추낀 주말도 지나고 월요일-

계곡에서 찬 바람이 내려선다.

중국을 휩쓴 태풍에 묻어 폭우라도 쏟아져서

오염된 계곡을 한 바탕 쓸어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늦 휴가를 나온 사람들이 꾸준히 계곡으로 들어선다.

제발...

발가벗고 목욕하는 국립공원 계곡이 안되기를 기도하면서

나는 서늘한 바람을 반긴다.

 

4. 정원의 꽃들

 

무더위에 풀뽑기를 중단하고 2주쯤 지난 뜰은 완전 풀밭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 속에 귀한 빛을 내며 꽃들이 피고 진다.

내년엔 공원근무를 안해야겠다.

행복하지 않아서다.

한가롭게 살자고 들어온 산골생활이

올 여름은 어지간히 바쁘다.

시골생활은 풀과의 전쟁이라던 친구말이 맞다.

그래도 나는,

따가운 햇살 등에 지고  풀뽑아 뜰 가꾸는 일이 행복하다.

내년 여름은 온전히 행복하게 살자.

국립공원계곡에서 벗고 목욕하는 남자들에게 혐오를 느끼며 머리 절래절래 하는 일 없이 살아야지.

얼마나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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