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샹그렐라

치악산과의 인연

달빛뜰 2012. 12. 7. 15:01

15년쯤 전-

치악산 종주를 차편 때문에 원점 회귀하는 코스를 택했다가

11월의 초겨울 비와 잘 못 계산된 시간으로 인해  조난된 적이 있다.

 

11월초의 밤비는 온몸을 저체온으로 몰았고

식수도 먹을것도 떨어졌고

비바람에 헤드랜턴까지 계곡에 빠져

그야말로 칠흙이 어떤것인지 알게 된 사건이다.

 

길은 이미 불어난 물로 발목을 넘어왔고

눈 앞의 손이 안보이고 방향도 잃고 불도 없는 절대절명의 위기.

 

후배와 둘이 죽음에 직면해 기도-

그것은 기도라기 보다 살기위한 절대의 구원이었다.

"관세음보살!!!"

 

너무도 간절히...

간절히라는 단어보다 더 간절한 것이 있다면 그렇게...

죽음 앞에서 하는 기도이니 온 몸의 피를 다 쏟는 기분으로...

 

30분쯤 지났나-

그 빗속에 불빛이 하나 산을 내려 왔고

그 불빛은 한달 여행중 마지막 산행지인 치악산 종주에

자신도 가고자하는 길이 안 보여서 이곳으로 오게되었다는

스무여섯살 난 대학생의 커다란 헤드랜턴이었다.

 

우리 둘은 그렇게 해서 살아났다.

그곳은 까지와 구렁이의 전설이 있는 치악산 남쪽 상원사 절 바로 아래다.

부처님의 구명이었든, 치악산 산신령님의 구명이었든,

어떤 도움 없이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위기에서....

 

치악산은 89년도 부터 부곡리 송어집을 좋아해 다녔으니

그곳에 살고 싶다는 ...

그곳에 들어서면 한없이 편안하던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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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산골살이를 꿈꾸어서 산골에 집 지을 자리 준비 세번만에 깃을 들이게 됐다.

두 곳을 다 정리하고 친구랑 공동으로 마련한 강림면 부곡리 901-2번지

 

 

지은지 40년이 된 집이다.

치악산이 출입금지되었던 시기면 저 집앞으로 해서 계곡따라 치악으로 기어들었던것이

아무래도 이 집과 인연이 닿아있었던 것 같다.

못 들어가게 하는데도 치악 고든치계곡이 좋아 도둑고양이 노릇을 했으니...

 

 

이듬해 봄인 2011년 4월-

150만원을 들여 대충 도배와 장판, 전기판넬을 깔고

그릇 몇개 준비해서 여름캠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헐고 새로 지을집에 150만원을 투자할 필요 있느냐고 친구가 '가당찮다' 했지만

나는 희말라야에서 열흘을 보내려고 300만원도 쓴다며

여름 한 철 나로 인해 여럿이 행복한 휴가를 보낸다면 더할나위 없다며.........

 

 

 

함께 한 줄에 목숨을 걸고 설악 바위를 탔던

클럽설악팀이 너무 총총한 나무가지를 베어내주고,

 

마늘도 심어가꾸며....

 

1년하고 다음해 여름까지

나를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행복한 휴가를 보내는 나의 샹그렐라가 되어 주었다.

 

 

혼자 누우면 꼭 맞는 작은 마루에 누워 바라보면 아름다운 풍경이 들어오는곳-

장독대 아래와 푸른줄무늬 뱀이 살던 집이다.

 

 

집 바로 뒷뜰이 되는 고든치 계곡의 가을-

친구들이 찾아왔다.

 

 

나는 이곳에서

날마다 기적이고 축복이게 살 준비를 한다.

나를 찾아오는 친구들과 그 축복과 기적을 함께 나누며 살 것이다.

 

 

처마끝에 피빛저녘놀이 물들면

살면서 참았던 서러운 울음도 좀 토해내 가면서..

그것도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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