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연 3일을 쏟아지던 날-
덩치는 큰놈이 비좁은 집에 갖혀 종일 지낼것이 안스러워
데크에 데려다 두었더니
최대한 비 안 튀게 등을 안으로 들이대고도
머리는 의자아래 두고 잔다.
해탈을 키우면서
저놈도 '생각 있다'는 걸 느낀다.
하얀꽃으로 방석을 만들던 은잔화는
폭우와 무더위에 사그러지고
층층이 코사지 같던 접시도 그만 스러지고 말았다.
커다란 키를 낮게 잘라 키워야한다는걸 모른채
그냥 두었더니
처마아래까지 닿아
지지대를 세우고도 모자라 얼기설기 줄로 매었다.
꼬마 델피늄(맞나?)도 스러지고
탐스럽던 그린볼도 비에 그무게 감당을 못하고 말았다.
그런중에도 가시 다알리아는 곱게 피고
사진으로 보고 예뻐서 구입해 심은 이아이들은
생각지 않은 미운 모습이다.
9월에 핀다던 백합은
지난해 구입당시는 10월에 피어서
서리랑 만나는 바람에 밤엔 비닐봉지를 씌우고
낮엔 벗기는 법석을 떨었는데,
올 해는 7월 초에 피고 말았다.
향기나는 흰백합-
기대에 못미치는 향기다.
이 아이도 지난해는 10월에 피더니...
데이릴리 밭에
나비 한마리가 머릴 쳐박았다.
날아갈까봐 조심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점점 가까이 가도 꿈쩍 안한다.
결국 꺼집어 내 주었다.
녀석 살짝 들이밀지...욕심은...
욕심이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스토케시아가 예쁘길래
식구를 늘이려고 봄에 포기나눔하였다가,
두 포기는 죽이고
겨우 한포기가 볼상사납게 나열해서 피고 있다.
그래도 한 포기 살아준것이 고마워 거름도 주고 물도 안그르고 있다.
바글바글 귀엽던 사스타 데이지도 비에 스러지긴 마찬가지.
라바테라도 비랑은 상극같다.
이리저리 매고 묶어도
글라디오라스는 많이 매다는 꽃의 무게를 못 이긴다.
보라색이 가장 잘 꺾인다.
데이릴리는 한 송이씩은 예쁜데,
지는 아이들 때문에 단체로 찍으면 밉다.
화려하게 뜰을 수놓던 백합도 서서히 떠나고
요염스럽던 라바테라도 떠난 자리에
프록스가 피어난다.
나는 꽃이 와르르~~~많이 피어야 좋은데,
이렇게 앙증스러운 시작을 만날때는 그 기쁨이 두 배가 된다.
어찌 이리도 고운 연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씩 피어나서 소복한 꽃 송이를 만들다니..
용머리는 이름값 아니게 별루이다.
베어낸자리에 다시 핀 데이지 한 송이가 애잔하다
분홍이 매혹적이다.
글라디오라스는 손이 많이가는 꽃이다.
가을에 구근을 캐서 얼지않게 보관하는 일도 그렇고
봄에 시기를 놓치지 말고 심어야하는 일이며,
싹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는 풀을 뽑아주어야하는데,
꽃대가 잘 부러져서 아주 조심해야하는일,
피기시작하면 장마와 만나는데,
비바람에 걸핏하면 뚝 부러져서
매어주고 지지대해주고..
그래도 나는 이 줄줄이 피어나는 모습에 마다하지 않고
식구를 늘인다.
총총 피기는 수국도 마찬가진데,
이 아인 심은지 꼭 3년만에 겨우 두송이를 보여준다.
여기서는 월동이 어렵다 했는데,
미련스럽게 키워보고 있는 아이다.
나무수국은 색갈별로 네가지를 심었는데,
다 비슷한 색으로 핀다.
몸값나가는 <유럽수국>.
이제 애기라 ...
올 해봄 심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꽃대올린다 기특하다.
이 녀석 해탈아~~~~
나는 그 꾹 다문 입이 얼마나 예쁜지..
너는 아느냐...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장마끝의 무더위가 기성을 부리는 한 낮-
종류는 모르는 작은 새가 며칠째 정자 주변을 돌며 지저긴다.
내 생각에 둥지의 새끼를 불러내려는 듯 싶다.
내 정자에 알을 낳고 부화시킨다고
작고 까만눈을 꿈쩍도 않고 틀고 앉아있어
거의 한달여를 정자를 내어주었는데,
어느날 하얀 알 한개가 바닥에 떨어져있어
주어올리려다 안을 들여다보니
웬 검고 큰 알이 한 개 들어있다.
그러고 또 한 주쯤???
조그만 새끼 한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쥐를 잡겠다고 구석에 놓아둔 찍찍이에 붙어 죽어서
마음 아팠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을 들여다 봐야겠다 싶어
까치발을 하고 보니
이런~~~
얘가 누굴까?
열심히 먹이활동을 해서 길러준 어미가
"이젠 그만 날아야지"라며
밖에서 애타게 불러도 꿈쩍 않는 이놈은 누구냐.
어미보다 몇곱의 몸집에
미운 눈하며,
검은 깃털.
아뿔싸...
내가 딴에는 큰 돈 들여 지은 정자 기둥위에
한 달여를 틀어앉아 기른 아이가
기껏 남의 아이였더냐...
이 가여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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