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은 나이들면서 젊잖아졌다.
내게 온지 만 3년이다.
말 뜻도 제법 알아들어서
" 발 담그자" 까지 알아듣고 물로 들어가는 녀석이 친구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녀석 더위는 내 더위보다 더 심할것 같아서
여름내내 정자를 내어준다.
정자아래는 수로가 흐르고
그 아래는 계곡물이 철철 흘러가서 시원한 기운이 올라온다.
게다가 그늘이니 녀석이 견뎌내기 좀 수월할거라 믿어서다.
다소 긴 날을 비웠던 집에는 온통 풀밭이 되었었고
잦은 장맛비에 꽃들은 스러지고 물러져서 낮설었다.
그래도 비 개인 날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무더위와 장마에도 어렵게 남아서
여행에서 돌아온 나를 바겨주던 두메 양귀비.
다 젖어 구겨진 모습을 만났을때 마음이 아프더니....
우루루~~~수북히 날개짓하는 해오라비를 꿈꾸며 키운 녀석은
겨우 이렇게 한 포기가 살았다.
장미도 여름 건너느라 꽃 송이크기를 줄이는지,
그 크기가 봄 날의 1/3도 안된다.
그래도 이 지루한 장마를 이겨내는것이 신통해서
얼굴 사진을 찍어준다.
"견디어 보자"
이 귀부인 같은 금꿩의 다리도 비 이겨내기는 저라고 다를까...
스러졌다.
범부채도 장맛비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고운 색 부용너머로 구름이 올라가고 있다.
소현네 수국은 용케 장맛비 지난 다음 이렇게 핀다.
연분홍 유럽수국이라해서 심었더니
하얀색으로 변해서 핀다. 색은 어디다 잊어버렸나..
얘도 접시일까...
다른 접시꽃 다 진다음 피어서 예쁨 받는다.
접시꽃이라면 이 하얀 홑접시를 뺄 수 없다.
순백의 아름다움은 뒤쫒을 자가 없는 아름다움이다.
다알리아도 그 요염한 색으로 뜰에서 뺄 수 없는 아이들이다.
젖으면 빛이나는 데이릴리도 얼굴사진을 찍어주고
범부채도 다시 돌아보고 고 작은 얼굴을 찍었다.
올 봄 들인 이 줄장미가 젖은째로 향기를 품어내는 저녘이면
달빛뜰도 평화가 찾아든다.
이렇게 장마를 견디고 있는 꽃 밭에서
나도 장마를 잘 지나왔다.
이 아이들과 해탈을 두고도 여행도 다녀왔고...
우선 특별히 앓는 곳 없이
먹는 약 없이 밭의 채소로 반찬을 만들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