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내 사랑 설악-큰 귀때기골

달빛뜰 2005. 7. 12. 14:56


수렴동대피소의 새벽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비박에다, 비닐쓰고 자기.  식탁위 잠자기까지.
 
6시 20분.
어제 공룡을 넘을때 정체되었던 일을 상기하고 코스를 바꾼다.  큰귀때기골을 찾아든다.

길 없는 길은 우리들의 길이 되어 낭만과 꿈을 실어 계곡바위를 오른다. 

가야동계곡은 바위가 희고 넓어 물이 옥색이지만, 흑선동과 큰귀때기골물은 검다.

골이 좁고 습하여 바위틈마다 이끼가 가득하고 돌 단풍이 우거졌다. 
발길 닿은적 없는  오지를 가는 듯 하다.
 
.
 
계곡 산행은 거의 바위계곡 자체를 그냥 오른다.
이정표없는 인생을 개척하듯, 물 따라 오른다.
아침햇살이 나무잎끝에 반짝여 꿈 같다.

어제 아프던 발톱은 견딜만한데 다리가 무겁다.

젊은 친구들을 따라가기 숨이 차다.
내게 젊음은 언제 지나가버렸나. 저 찬란한 햇살을 느끼고 지낸 젊음이었던가.
사느라 앞만보고 미쳐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황혼길에 선것 아닌가.
자꾸 뒤쳐져 미안하다.
가뿐히 건너뛰는 젊은 산우들을 그저 사진에만 담아본다.
 
쉬엄쉬엄 두 시간여 오르니 밧줄이 걸린 바위비탈이 나타난다.
올라가는거야 ...하면서 내려올것을 미리 걱정한다.
                                                     
                                                              
 
 비탈길을 올라가니 발 아래가 절벽이더니
 바위벽이 양 옆으로 버티고 섰다.
 폭포로 떨어지기 바로전 작은 소에 개구리        한마리가 헤엄을 쳐 건넌다.
논이나 개울에서 보는 개구리 헤엄하고는 다르게   다리를 힘차게 모으고 건너는 모습이 재미있다.
 저도 이 험한 골짜기에서 살아남자니 닦은 실력이리라.
 
찾아 올랐던 쉰길폭포는 정작 보지 못하고 삼단폭포가 쉰길폭포라고 여기며 하산,
절벽위 평평한 바위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한 줌 뜯은 참나물에 라면국불과 햇반에 마른반찬이지만 우리는 이 점심을 신선들의 만찬이라 부른다. 꿀맛이다.
이 꿀맛같은 점심을 먹고 잠시 바위에 눕는다.
하늘을 덮은 나무가지사이로 햇살이 흘러든다.
찰찰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마치 '드뷔시의 바다 중 물결'을 듣는듯 하다.
 
 
 
 
 

반짝이는 햇살과 하얀 물보라 잉크빛 바다물결.....
나는 설악과 또 사랑에 빠진다.
황홀하고 짜릿하고 때로는 열정적이 그런 사랑을 나눈다.
초록빞 잎새 그늘에 누워 드뷔시와 설악과 함께 나누는 사랑의 환희를 아는사람 그리 많을까. 
잠이 들고 싶다.
꿈결처럼 저 작은  폭포의 물 쏟아지는 소리에 젖어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
 
이렇게 또 나는 6월 연휴를 설악과의 사랑에 빠져 든다.
후회없는 사랑에.....
 



 

돌아오는 길은 밀린다.

끝없이 밀려있는 차량을 보면서도 마음이 한가로운것은 아마 설악과 만남의 여운때문이리라.

집에까지 오는데 꼬박 6시간을 운전해도 졸지 않을 수 있는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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