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일 중부에 쏟아진다는 장맛비소식을 들으면서 설악으로 들어갔다. 연속 2주를 외도를 해
봤지만 신통치 않은건 설악에 빠져서 일게다. 외도했던 묘봉도, 가은산도 가벼운 릿찌코스이긴 해도 어디 설악의 품만
하겠는가. 질척거리는 빗방울속이라 주차장에 차 한대 없다.
새벽 4시. 비 속이라 올라가지 못하게
할까봐 등도 켜지않고 게 걸음을 하고 설악동을 벗어난다.
희뿌연 비안개 속으로 울산바위 가는길은 대로다. 경고 팻말을 보면서 벗어난다. " 설악 산신령님 죄송합니다.
최대한 길이 망가지는 일을 피하고 절대 쓰레기 안 버리고...." 가지 말라 한다고 산꾼이 안 가나. 단지 버스 한차 내려 놓고
오르지는 않는다는 얘기지. 일행 9명. 나무가지가 다리를 잡는다. 어둠걷힌 울산바위가 운무에
가둬져있다. 포슬포슬 피어났다 흐르곤 하는 운해를 나는 늘 雲舞라 한다. 저 구름을 따라 나도 춤을 추고싶다. 설악을 안고 휘휘
돌아 한바탕 춤을 추다보면 선녀가 될 것 같다.
빗물에 젖은 오솔길
벗어나니 운해에 뜬 달마봉이 나타난다. 마치 아름다운 섬 하나 바다에 뜬 것 같다. 섬은 시시각각
흐르며 춤추는 운무에 덩달아 형형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나는 그만 가는 길을 잊는다. 또 다른 설악의 한 귀퉁이와
사랑에 빠져든다. 일행의 꼬리는 달아난지 오래다.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면 아마 그대로 설악과 잠이 들게
분명하다.
이른 아침이라 검은빛으로 들어오는 소나무숲 너머로 동동 떠 다니는 단조롭고 아름다운 바위 봉우리
달마봉에 빠져들지 않을 이 뉘 있으랴마는.... 가파른 달마봉을 기어 오르니 먼저 간 일행이 끓이는 라면냄새에 그제야
배가 고파온다. 목마름도 배고픔도 잊는 산, 운무의 설악. 우산 세개를 나무가지에 걸어두고 피해보는 빗방울은 라면국물속으로 튀기며
떨어진다. 여전히 라면국물에 찍어먹는 김밥이지만 달마봉 정상에서 펴 든 아침상은 신선의 밥상이다. 가볍게 정상주 한잔 겯들이고
장마줄기 올라오기전에 자리를 뜬다. 릿찌코스로 접어든다. 잠깐사이 내린비에 위험해 보인다. 미끄러질
우려 있어 조심스런 발길을 내 딛는다. 하지만 릿찌길은 위험한 만큼 지나오고 나면 환희가 크다. 비 속의
산행이어서 짧게 잡아 하산해서 바다로 나갔다. 난생 처음 해보는 가재미 낚시. 두 마리씩 물고 올라올때는 조용한 바다 가득 내
목소리뿐이다. 입이 파래지는 줄도 모르고 가재미 낚시에 빠져든 하루. 설악의 운무에 함께 춤추고 비 오는 바다에 까무룩 넘어간 7월
장맛비 속의 하루였다.

운해 너머로 권금성, 대청봉과 화채봉이 아스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