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내사랑 설악7-부를 수 없는 이름

달빛뜰 2005. 7. 12. 15:00



단풍이 한창일무렵의 용아를 가 본 사람이라면 그 곳이 천상의 세계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99년이었지 아마.
10월 3일.
그 빛나던 설악의 내부에 빠져 길을 재촉하는  가이드의 말을 귓등으로 넘겼던 일이.
 
설악꾼들에 끼어서 멋 모르고 오색에서 대청을 오르던 나는 새벽 댓바람과 급히 오르는 발걸음과 공기에 적응 못해 구토와 두통을 호소해야했고 "다시 이곳을 오르면 성을 갈꺼야'를 도뇌이며 설악이고 뭐고 집어치운다고 이를 바드득거리며 대청을 올랐었다.

정한 시간에 오지 않으면 수렴동으로 내려가라는 대장의 말이 그때는 차라리 고마웠다.
하지만, 오기 있지.



어떻게 기어오른 대청봉인데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 수렴동으로 내려가나.
길도 모르는 내가 수렴동이 어딘지도 모르면.

이를 물고 따라 붙인것이 첫 대면하는 용아였다.
  
아득히 보이는 직벽아래서 척척 오르는 선두를 보면서 오금이 저리던 일.
언젠가 책에서 읽은 "자연과는 하나가 될때 위험이 사라진다" 를 떠 올리며
온 몸에 긴장을 늦추고 발끝에 힘을 실어 오르니 예상외로 쉽게 올랐던 일이며.
구비구비 넘는 바위고개에서, 암벽 꼭대기에서 바라보이던 설악의 내부,
그 현란한 속살에 가슴이 시렸던 일.




때 마침 전날 연이틀 쏟아진 폭우에 서북능 자락아래 뻗은  귀때기골과 백운동, 쌍폭에서 떨어지던 하이얀 폭포와 눈물같던 색색의 단풍과 산신령의 분재 용아와 소나무.
굽이굽이 우람하던 공룡능의 장관.
대청봉 꼭대기로 피어나던 하얀 솜구름.
절벽위로 치솟은 파란물이 뚝뚝 들것 같던 하늘색.
 
"수도 없이 이 능을 넘었어도 오늘같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은 처음이다"라던 가이드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 날의 그 아름답던 가을 설악 용아를 두번 볼 기회가 없었다.


그 이후 여섯번을 갔어도-  
 
공룡을 처음 넘으면서 바라보았던,
으스럼 달빛아래  국화 고운 뜰악으로 속 저고리 버선발로 내려선 여인과도 같던
그 용아의 첫 가을은 가까이서 보니 잘 가꾼 근육의 남성과도 같았다.
멀리선 신비의 여인과 같더니....
후에 오세암 망경대 올라보니 그건 밝고 가지런한 소녀의 미소와도 같았다가
서북능 비바람속에서 바라본 용아는 방황하는 사춘기 소년의 피빛 눈빛과도 같았고.
봉정암 사리탑 위에서 바라보니 미모와 재기를 고루 갖춘 미녀인듯 하다가,
상폭에서 바라보니 잘 그려놓은 한폭의 그림같고.......
 
용아는 바라보나 가보나 참으로 아름답고 근사한 능선이다.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마력을 가진 능선이다.




단속이 심하여 마음놓고 갈 수 없음이 안타까우나  그래서 아름답게 보존되는 곳이 아닌가.
간혹 이용하는 산꾼들이 과일껍질 이나 휴지조각하나 버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보존되고  사랑받는 설악의 최고 미인이 될것 같은데 말이다.
 
그 능선의 바위위에 누워 눈을 감으면 설악의 강한 기운과 부드러운 바람과 달콤한 숨결, 보드라운 품이 느껴진다.
품에 있으면서도 그리움이 북받쳐 가슴이 시린 그런품이.....
그리워 서러운 , 그러면서 온갖 고뇌를 다  날려주는 포근한 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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