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9일
장맛비가 연3일 - 많이 내린다하여
상황을 지켜보려고 급히 휴가를 내고 고든치로 갔더니
저녘무렵의 동녘이 수채화 같다.
며칠 내린 비에 계곡은 맑고 깨끗하다.
금방 어둠이 찾아들고 12일 달도 떴다.
해 넘어간 서쪽 곧은재는 한무더기 구름이 솟고-
아무래도 심상찮은 날씨다.
월. 화. 수요일 연거푸 내린다는 장맛비에 대비,
우수관에 비닐 호스를 끼우고 물을 유도...
늦도록 개울과 밭을 건너다니며 잔돌을 주워다 화단을 만들었다.
올 가을 구근을 심을 생각이다.
내년봄-
내가 직장을 접고 들어갈때쯤 수선화 .글라디오라스. 디기탈리스. 튜립 등
아름다운 꽃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맙소사!!!!
밤새 천둥 번개에 요란한 빗소리를 전혀 못들었다.
시스템 창호의 방음이 이정도인가-
아니면 내 잠이 너무 깊었나-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어제밤 일하다 마당에 두고 잔 물통에 250 미리 물이 들어찼다.
드륵 드글~~~
돌 굴러가는 소리가 마치 천동 같고
원주에 230미리가 왔다는 뉴스다.
(집과 계곡이 멀어 정말 다행...)
무섭게 쏟아진다.
우리집이라고 무사할까-
새로 앉힌 집이고 토목 공사도 올 봄에 했으니...
정화조 주변이 주저 앉았다.
계단 아래도 구멍이 뚫리고 흙이 쏟아져 내렸다.
마당까지야 올라올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무서운 기세로 굽이치는 흙탕물이 만만치는 않다.
비만 그치면 펼쳐지는 창밖풍경은 언제 걱정했나 싶다.
3일을 쏟아지던 비 그치니
빨래줄에 잠자리가 널렸다.
나도 눅눅한 이불을 널었다.
물안개 올라가는거 보니 날씨가 들겠다고 이웃 할머니께서 일러주신다.
장독대를 만들어가며 과꽃과 꽈리를 심었더니
연일 내린 비에도 잘 버티고 있어 기특하다.
심지도 않은 봉숭아도 피었고,
피어봐야 무슨꽃인지 알 것 같은 꽃나무도 지 멋대로 자라있다.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계곡과 밭에서 역시 주워온 돌로 징검길을 만들고
드문 드문 잔디를 심었더니,
무더위를 잘 견디며 파랗게 길을 만들어가고 있던 옆 마당이
폭우에 패이고 쓸려가고...
시골 언니네 돌담에 쫘악 깔렸던 송엽국을 몇잎 뜯어다
화분에 키우던것을 심었는데,
흙은 쓸려가고 겨우 목숨 부지...
그래도 끝에 예쁜꽃을 달았다.
이 아이--어디서 왔을까?
토란인데...
밭에 심었는데 여기가지 이사를???
폭실한 흙은 다 쓸려갔으나,
마당은 양호해 보인다.
언젠가 열려 먹을 수 있겠지.....하며 심은
두살배기 앵두도 수돗가에 말짱히 살아 남았고,
길가에서 캐다 심은 꽈리도 열렸다.
하얀 도라지도 피어났고-
거름도 없는 척박한 땅에
심지도 않은 꽃들도 자라고...
마당 앞 둑에 핀 나리 너머로 물이 맑아졌다.
두둥실 흰구름도 뜨고...
날은 개었다.
간ㅁ간이 소낙비 처럼 우루루~~쏟아지기도 하면서 그래도 하늘은 맑다.
얘는 이름이 뭘까-
우수관에서 쏟아지는 물에 뿌리가 상할까 ...염려되어 비닐호스로 물을 유도하고
나는 이 녀석을 길러볼 양이다.
나랑 함께 입주한 녀석이니 함게 살아봐야지...
저도 피고 나도 피고...내가 필래나???
이웃 아줌마가 지난 겨울 먹으라고 가져다 준 토란을
너무 작아 까기 힘들어 팽개쳤다가
아까워 가져다 심었는데,
빈 밭에 잡풀 우거진 꼴이 싫어 뭐라도 심으라했더니,
밭 가는 사람이 밀어 붙여버려 토란이 옹기종기 모여
그래도 자라는것이 신통하다.
동쪽 창 아래-
이곳도 구근을 가을에 파종할 계획이다.
내년봄엔 장미도 올려볼 요량이다.
산에서 낑낑거리며 부엽토를 퍼다 날아 화단을 만들었다.
돌맹이 주워오는 일이 생각만큼 안된다.
이곳엔 말발도리를 심을 계획이다.
현관 오르는 곳에는 한국 토종 잔디가 아닌,
이름이 뭐라더라? 골프장 잔디라는 걸 심어보았다.
겨울을 넘길지......시험중이다.
이곳이 가장 큰 걱정이다.
비 오면 무너질까 전전긍긍인 곳-
제비꽃도 심고, 맥문동도 깔아보고,
황매도 군데 군데 심어두고
담장이도 심었는데,
어느것이라도 잘 적응해 자라서 어우러지면 좋겠다.
나는 산초향을 좋아한다.
하얀꽃도 좋고,
까만 열매도 그만이다.
부엽토를 담으러 갔다가 1년생 산초나무를 옮겨왔다.
잘 자라서 하얀 꽃을 피우기를...
(꽃이 안피는 숫나무가 있다는데...부디 아니기를....)
음력 6월 18일? 19일?
보름달은 비 때문에 못 봤고,
늦은 저녘 떠오른 달.
나의 샹그렐라는 이렇게 비도왔고 바람도 거칠었지만
달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꽃도 피어나며
나를 그곳에 있을 이유를 주었다.
-고든치에서 2013년 9일간의 여름휴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