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도 좋지만
나는 이 안개비 몽환적인 이 풍경을 좋아한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일기도 하고..
희말라야도 그립고,
눈 덮힌 록키도 그립게 하는..
때론 차분해지기도 하고
때론 울고 싶기도 한...
이런 날은 숲길을 간다.
촉촉 젖으며 홀로 걷는 숲길은 무어라 표현할 길 없다.
그냥 좋다.
홀로인 것이 가장 좋을 때다.
정자가 구해다 심어준 '베레가못'
산을 향하면 더 예쁘다.
바람 막이 하고 자란 백합이 더 고운 색이 되는 것 같다.
장독 아래 돌담을 기대고 자란 아이다.
타샤튜더의 정원에 많이 있던 '디기탈리스'
'모정의 뜰'에서 구해온 아이이다.
봄 내내 피더니 여름인데도 곁 가지에서 핀다.
직원이 모종 해서 준 해바라기는 담 아래서 예상보다 키를 키우며 피고,
장미는 자꾸 벌레가 낀다.
농약을 두 번 뿌렸다.
어찌될까 눈 여겨 봐야겠다.
이 아이도 이름을 잊었다.
'모정의 뜰'에서 구해온 아이인데...
물어봐야겠다.
저 창 밖뜰을 어떻게 가꾸나...
그리고 또 그려도 영 시원찮다.
버마스쿰도 물론 더 구하고...
이 아이도 가을에 심어야한다.
얘도 버마스쿰이라는데...
역시 가을에 심는다.
얼지 않고 양지볕에서 겨울을 난다.
해그름에 찍었는데 흔들리고 말았다.
앉은뱅이 씀바귀라는데
여린꽃잎이 저녁해를 받으니 참 예쁘지 않은가-
얼마나 자랄지 모르고 지나다니는 길목에 심었다가
이 녀석 피해 다니느라 꽤 신경썼다.
구근을 거두었으니 가을에 아주 맘 놓고 자랄 수 있는곳에 심어야겠다.
송엽국은 옆 담으로 주루루~~~피었고
아주까리 꽃이 이렇게 예쁜것도 이제야 알았다.
해바라기는 건강한데
장미는 왜 아플까...
언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는 이 작은 공꽃은 <달래>다.
올 가을엔 법면에 그득한 달래씨앗을 캐다가
뜰 가득 심어놓아야 겠다.
작은 공꽃이 피어나면 몇 송이 따다가 고양이 노리개로 줘도 되겠다.
아니면 우리 초롱이 무덤앞에 심으줄까..
달 밝으면 나와 가지고 놀게...
나는 초롱이(고양이)를 제대로 못키우고 수술하다 죽이고 말았다.
이렇게 조금씩 꽃밭이 되어가는 나의 샹그렐라에서
소박한 아침상을 차려서
그림같은 산과 물을 두르고
'티파니에서 아침을...'보다 더 근사하게 아침을 먹는다.
그 색이 고와서
들판을 누비며 구해다 심은 '낮 달맞이'가
고개 올려 피어나는 내 작은 발코니의 아침은
참으로 고요하고 행복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