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별길

달빛뜰 2011. 2. 22. 10:42

 

<별길>...설악산 릿찌 길 중 한곳.


‘별길’ 이라는 말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가슴이 뛰고 설렌다.

 젊은 후배들 발걸음을 좆느라 늘 헉헉 거리면서도 말이다.

 

릿찌가 열리는 6월초, 설악 자락에 봉긋 봉긋 꽃 봉오리가 열릴 무렵이면

10년째 설악 품속 바위산을 파고 든다.

 

새벽 3시--  여름 머리 맡에 가랑비가 내린다.

축축하게 살을 파고드는 가랑비에 기가 꺾인 대원들 앞에

 ‘포기’와 ‘도전’을 결정하는 것은 늘 대장의 몫이다.

“가는데 까지 가다 심해지면 하산 한다”는 대장의 결정을

우리 9명 아무도 반대 하지 않는다.

10년도 더 그를 믿어왔기 때문이다.

 

 

 

 

 

      

빗길이라 미끄럼을 타도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안다.

 

 

 


 

 

 

 

 

 

 

 

 

 

     -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별길 초입-

 

 

새벽을 돋우어 기어오른 바위에서 아침상을 차린다.

타닥타닥 삼겹을 구워 별길신께 고시래를 하고 별길신뿐 아니라, 설악 모든신들과 합석을 하여 아침을 먹는다.

비는 그쳤고 발 아래는 안개에 휘감겨 우리는 그대로 신선이다.

 

 

 

 

 

 

 

 

안개에 쌓여 절벽은 보이지 않는다.

건너와 보면 안개에 감겼던 바위가 나타나고 그 아래는 절벽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안다.

 

 

 

 

                - 12간지를 옮겨다 놓은듯한 별길 신들의 바위-

 

 

별길....

운무에 휘감긴 그 길은 가히 절경이어서

우주의 별들 사이를 떠다니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길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  상대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로프하나에  생명을 함께 건다.

침묵속에서 눈빛을 서로 읽어야한다.

순간 교차되는 서로의 눈빛은 절대신뢰이어야 한다.

그 절대 신뢰가 없으면 보이지 않는 바위길을 로프하나에 생명을 걸고 오르고 내릴 수 없으니까...

 

릿찌를 하는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내게 있어 릿찌는 <최고의 아름다움 추구>이다.

세상이 아름다워 떠나고 , 돌아오고 수없이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다.

사람의 눈빛이다.

하나뿐인 생명을 서로 맡겨가며 눈빛으로 나누는 신뢰-

그 절대 신뢰야 말로 세상 그 어느것 보다 아름답다.

말에 담은 신뢰보다도 눈빛에 담긴 신뢰를 뛰어넘는 것는 없다 여긴다.

 

이렇게 신뢰로 뭉친 벗들과의  릿찌길은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한량없이 여유롭다.

"저 길을 살아 넘을까...' 싶은 날도 부지기수다.

살아가면 다시 안와야지 싶은 하강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다음코스를 정하곤 하는,

무수한 두려움과의 싸움은 결국 자신을 이겨내는 길이 되고 담력과 진정한 용기가 쌓인다.

그러다보면  일상에서 상황의 변화에 동요하지 않는 고요함으로 자리한다.

 

나는 이 두가지를 릿찌에서 얻는다.

가장 아름다운 것- 신뢰담긴 사람의 눈빛과

상황의 변화에 흔들림 없는 마음.

 

 

저 길은 둘이 한꺼번에 못 간다.

오직 홀로 가야한다.

홀로가야하는 저 길은 인생을 닮지 않았는가-

자신의 의지만큼 꿋꿋이 갈 수 있는 길,  

인생 길.

하지만 온전히 혼자만으로는 살아갈수 없는 인생길에 신뢰 돈독한 벗 하나 얻는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무엇이던가-

자칫 실수하여 미끄러지면 위, 아래서 로프를 당겨줄 동료가 있는 것 처럼....

그렇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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